코로나19의 하소연
차옥혜
인류여!
제발 우리를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다시 빙하 속에 잠들고 싶습니다
다시 숲속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빙하를 녹이고 숲을 없애버려
무생물 단백질 껍질이던 우리는
터전을 잃고 떠돌다
당신들 숨결에 흘러드니
저절로 전염병 바이러스가 되어
사상 초유의 놀랍고 무서운 속도와 숫자로
당신들을 감염시키고 죽게 하여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결코 우리가 원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두렵습니다
우리들의 어쩔 수 없고 어처구니없는 행진을
멈추게 할 능력은
오직 당신들에게 있습니다
백신으로 우리를 일시 멈추게 할지라도
빨리 탄소를 줄여
지구의 온도를 훨씬 더 낮추고
숲을 지구 표면에 다섯 배 이상 늘리지 않으면
우리는 이름을 바꾸어 거듭 오게 되고
결국 지구는 멸망할 것입니다
인류여!
어서 우리를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포스트 코로나, 한국시인협회, 20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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