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하소연

시 -4 2021. 7. 6. 21:40

코로나19의 하소연

                                            차옥혜

 

인류여!
제발 우리를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다시 빙하 속에 잠들고 싶습니다
다시 숲속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빙하를 녹이고 숲을 없애버려
무생물 단백질 껍질이던 우리는
터전을 잃고 떠돌다
당신들 숨결에 흘러드니
저절로 전염병 바이러스가 되어
사상 초유의 놀랍고 무서운 속도와 숫자로
당신들을 감염시키고 죽게 하여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결코 우리가 원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두렵습니다
우리들의 어쩔 수 없고 어처구니없는 행진을
멈추게 할 능력은
오직 당신들에게 있습니다
백신으로 우리를 일시 멈추게 할지라도
빨리 탄소를 줄여
지구의 온도를 훨씬 더 낮추고
숲을 지구 표면에 다섯 배 이상 늘리지 않으면
우리는 이름을 바꾸어 거듭 오게 되고
결국 지구는 멸망할 것입니다
인류여!
어서 우리를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포스트 코로나, 한국시인협회, 20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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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전염3 홍수

시 -4 2021. 6. 13. 13:30

눈물전염3 홍수
             

                                                     차옥혜

 

구로동 코로나19 감염자 콜쎈터 직원은
인천에서 출근하며 몸이 아파도 결근 못 하고
업무량이 많아 화장실도 제때 못 가며 일해도
생활비가 모자라 퇴근 후 녹즙을 배달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점, 옷가게, 노점상들이 문을 닫고
평소보다 두 배로 많아진 물량에 시달리던
택배기사는 엘리베이터 없는
5층 빌라 계단을 오르내리다
쓰러져 영영 눈 못 뜨고

공장, 비행기가 멈추고 학교, 호텔 등이 쉬자
쏟아지는 실직자들

이른 새벽 며칠째 인력시장에 나왔다 허탕 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날품팔이 가장의 발걸음

낮은 곳부터 휩쓸고 가는 감염병 홍수

 

                                                  <한국작가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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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전염2 대구

시 -4 2021. 6. 9. 16:15

눈물전염2 대구            

                                        차옥혜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 수천 명 발생
의료진과 병상이 모자라자
자원하여 몰려가는 의료진 중엔
결혼 1년차 간호원!
정년을 앞둔 보건대학원 교수!
전남 광주시 등에선 병상과 치료를 제공!
의료용품, 성금, 위로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위해서
여기저기서 갈비탕, 백숙, 비빔밥을
진도군 주민들은 농사지은 봄동을
인천의 어느 외식기업에선 도시락 1만개를
보내고
전국 곳곳에서 부족한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홀몸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배포하는 사람들!
마스크 공장에 가서 일손을 돕는 사람들!
창원 음식물처리장 직원 13명은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감염이 되어 일 못하는 일 없도록
스스로 고립되어 회사 좁은 합숙소에서
먹고 자며 일하고⸱⸱⸱⸱⸱⸱

 

                                                          <시와 산문, 2020년 여름호>
                                                  <文學의집ㆍ서울, 바람이 분다 1, 202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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