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꿩과 불명열

                                             차옥혜

 

어린 두 아들을 둔 젊은 시절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서울 어느 병원에서
일주일 넘게 시달리고 있을 때
어머니는
산골 마을까지 찾아가 어렵게 구한
산꿩 한 마리를
통째로 가마솥에 넣고 밤새도록 고아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와
꿩물을 따라 내게 먹이며
“이걸 먹으면 열이 내린단다”
목숨을 다하여 기도하듯
간절한 목소리로 속삭이셨다
신기하게도 꿩물을 먹은 날부터
열이 내렸다

걸핏하면 불명열 생기는 세상에서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어라
“이걸 먹으면 열이 내린단다”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

 

                            <시문학, 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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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와 어머니가 나를 울려

                                                 차옥혜

범고래가
죽은 새끼를 따라다니며
죽은 새끼를 입으로
바다 위로 떠밀어 올려
솟았다 가라앉으면
또 다시 떠밀어 올리기를
17일간이나 계속하고 있다

내 어머니는
효심 깊고 착한 내 언니를 잃고
눈을 감으실 때까지
몸에 불꽃 없는 불이 타서
한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못하고
잠 못 이루셨다

세상 어미와 어머니가 울리는 눈물이
내 마음의 창을 닦고 닦아
언제나 창밖은
밝고 아름다우며 꽃이 나를 부른다

 

                                     <경기펜문학,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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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시 -4 2021. 9. 23. 14:37

김구

                                                차옥혜

한겨레의 가슴 속에 피어 있는
지지 않는 모란꽃 김구 선생님

하늘 님이 네 소원이 무엇이냐 물으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대한독립이오”
라고 대답하겠다는 불굴의 독립운동가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우고 지키고 이끄신 주석
해방 후 문화의 힘을 가진
자주독립의 통일 정부수립을 꿈꾸며
“통일 조국의 문지기가 돼
뜰을 쓸고 창을 닦아주고 싶다“
하시며 동분서주하신 애국열사
행동하는 지성

국권이 일본에 침탈되자
구국운동하다 투옥되고 출옥하여
상해로 망명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워
이봉창과 윤봉길 의거를 지휘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으로 선출된 후
일본과의 전쟁을 공식 선언했으나
광복을 맞아 귀국하여 단독 정부 수립을 막아
민족 통일을 염원하던 중 괴한의 흉탄에 서거

오직 조국의 자주독립, 평화 통일 이루어
사람이 하늘인 세상보려고
불철주야 헌신한 백범 김구 선생님!
김구 선생님의 꿈은 살아 있는 한겨레의 꿈
꿈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한겨레의 가슴에 피어 있을
지지 않는 모란꽃 김구 선생님!

 

                          <겨레의 큰 별들, 민족문학연구회, 2020.3.20.  
                            (독립운동가 기림 시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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