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강의 신새벽

시 -4 2021. 10. 30. 17:16

갠지스강의 신새벽

                                      차옥혜

 

아파라
꽃접시 타고 가는 촛불들

눈물겨워라
기도하는 손들

아름다워라
강물로 죄를 씻는 몸들

덧없어라
타는 시체들
강물 타고 가는 넋들

서글퍼라
꽃을 띄우며 떠도는 나룻배

 

                                <시문학, 2013년 10월호>
                                <중앙일보,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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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꿩과 불명열

                                             차옥혜

 

어린 두 아들을 둔 젊은 시절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서울 어느 병원에서
일주일 넘게 시달리고 있을 때
어머니는
산골 마을까지 찾아가 어렵게 구한
산꿩 한 마리를
통째로 가마솥에 넣고 밤새도록 고아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와
꿩물을 따라 내게 먹이며
“이걸 먹으면 열이 내린단다”
목숨을 다하여 기도하듯
간절한 목소리로 속삭이셨다
신기하게도 꿩물을 먹은 날부터
열이 내렸다

걸핏하면 불명열 생기는 세상에서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어라
“이걸 먹으면 열이 내린단다”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

 

                            <시문학, 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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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와 어머니가 나를 울려

                                                 차옥혜

범고래가
죽은 새끼를 따라다니며
죽은 새끼를 입으로
바다 위로 떠밀어 올려
솟았다 가라앉으면
또 다시 떠밀어 올리기를
17일간이나 계속하고 있다

내 어머니는
효심 깊고 착한 내 언니를 잃고
눈을 감으실 때까지
몸에 불꽃 없는 불이 타서
한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못하고
잠 못 이루셨다

세상 어미와 어머니가 울리는 눈물이
내 마음의 창을 닦고 닦아
언제나 창밖은
밝고 아름다우며 꽃이 나를 부른다

 

                                     <경기펜문학,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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