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문신

시 -4 2018. 5. 2. 16:45

 

바람의 문신

                                             차옥혜 

 

 

바람은 내가 부르지 않아도

내게로 와

내 슬픔과 기쁨을

내 절망과 희망을

제 몸에 새긴다

 

천년 후 어느 누가

바람의 문신을 해독할까

나를 만날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바람은

오늘도 제 몸에 나를 새긴다 

 

<경희문학 27집, 2013>

 

 

'시 -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  (0) 2018.12.20
총알구멍이 숭숭 뚫린 물통  (0) 2018.12.20
꽃이 다 지기 전에  (0) 2018.08.16
녹슨 풍경  (0) 2018.05.04
어머니는 옛살비  (0) 2018.01.31
Posted by 차옥혜
,

어머니는 옛살비

시 -4 2018. 1. 31. 16:39

 

어머니는 옛살비

                                           차옥혜

 

 

 어머니가 숨 거두기 전 들려준 말은

“어머니가 자꾸 보인다 ”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운명하면서 마지막 한 말은

“엄마”

 

내가 폐렴 걸려

죽음의 언저리를 떠돌 때

끓는 손을 들어 애타게

허공을 휘저으며 잡으려던 것은

이미 세상에는 없는

어머니의 손

 

어머니는

언제나 그립고 사무치는 옛살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위험할 때

작아지고 가벼워져 바스라지려 할 때

저절로 튀어나오는 소리

마음의 근원 옛살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옛살비 옛살비 옛살비

부르면 눈물이 나고 목이 메는

부르면 따뜻해지고 힘이 솟는

어머니는 옛살비

옛살비는 어머니

 

 <한국시학  2017년 봄호>   <2018 오늘의 좋은 시,  푸른사상, 2018 재수록>

*  옛살비: ‘고향’의 순 우리말 

                                                                     

'시 -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  (0) 2018.12.20
총알구멍이 숭숭 뚫린 물통  (0) 2018.12.20
꽃이 다 지기 전에  (0) 2018.08.16
녹슨 풍경  (0) 2018.05.04
바람의 문신  (0) 2018.05.02
Posted by 차옥혜
,

산숲

시 -3 2017. 7. 7. 16:38

산숲

                                         차옥혜 

 

 

산숲은

세상의 허파

사람과 동물들이 더럽힌 공기를

맑게 청소하여 되돌려 주는

공기청정기

 

산숲은

성자

장대비를 머금어 홍수를 막아주고

가뭄에 저장한 물을 흘려보내

목마른 마을과 들을 적셔주는

사랑 나눔이

 

산숲은

어머니

찾아온 생명이면

누구든 무엇이든 품어주는

안식처

 

  <산림문학, 2017년 여름호>

 

'시 -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숫원앙의 노래  (0) 2017.07.07
통곡하는 오키나와 한국인위령탑  (0) 2017.07.02
가을, 빈손은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0) 2017.06.27
바다 앞에서  (0) 2017.06.24
사랑도 넘치면 독이 되나 봐  (0) 2017.06.22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