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풍경

시 -4 2018. 5. 4. 19:36

 

녹슨 풍경

                                                       차옥혜

 

 

꽃바람 비바람 눈보라에

울던 풍경

 

눈물 없이 한 세상 어떻게 건너랴

 

젖고 젖어서

이제는

바람 불고 불어도

꽃잎이 날아와도

나비가 앉아도

울지 못하는

녹슨 풍경

 

오직

넋이 울리는 제 몸

소리 없이 우는 풍경에

마음의 귀만 아파라

 

<인간과 문학  201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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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문신

시 -4 2018. 5. 2. 16:45

 

바람의 문신

                                             차옥혜 

 

 

바람은 내가 부르지 않아도

내게로 와

내 슬픔과 기쁨을

내 절망과 희망을

제 몸에 새긴다

 

천년 후 어느 누가

바람의 문신을 해독할까

나를 만날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바람은

오늘도 제 몸에 나를 새긴다 

 

<경희문학 27집,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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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옛살비

시 -4 2018. 1. 31. 16:39

 

어머니는 옛살비

                                           차옥혜

 

 

 어머니가 숨 거두기 전 들려준 말은

“어머니가 자꾸 보인다 ”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운명하면서 마지막 한 말은

“엄마”

 

내가 폐렴 걸려

죽음의 언저리를 떠돌 때

끓는 손을 들어 애타게

허공을 휘저으며 잡으려던 것은

이미 세상에는 없는

어머니의 손

 

어머니는

언제나 그립고 사무치는 옛살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위험할 때

작아지고 가벼워져 바스라지려 할 때

저절로 튀어나오는 소리

마음의 근원 옛살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옛살비 옛살비 옛살비

부르면 눈물이 나고 목이 메는

부르면 따뜻해지고 힘이 솟는

어머니는 옛살비

옛살비는 어머니

 

 <한국시학  2017년 봄호>   <2018 오늘의 좋은 시,  푸른사상, 2018 재수록>

*  옛살비: ‘고향’의 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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