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원앙의 노래

시 -3 2017. 7. 7. 11:24

 

숫원앙의 노래

                                                               차옥혜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내 깃털을 더 아름답고 더 부드럽게

다듬고 또 다듬는다

너를 향해 뜨겁게 파도치는

내 마음의 오색 빛깔을

내 깃털에 채색한다

나를 봐다오

오롯이 너를 향하여

연꽃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 위에 떠있는

나를 봐다오

내게로 와

내 몸에 울긋불긋 깃털로 쓴

평생을 읽어도 다 못 읽을

너를 향한 연서를 읽어다오 

 

  <한국현대시 2017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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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하는 오키나와 한국인위령탑

                                                                       차옥혜

 

 

식민지 조선 청년 일만 명이나 강제징집하여

위협으로 폭탄을 짊어지고

미군 전차에 뛰어들어 폭사하게 만들고

총알받이로 세워 학살한

전범 일본이 70년이 훌쩍 지나도록

진실을 감추고 침묵하고 있어

한국인위령탑은 억울하고 원통해서

잠들지 못하고 통곡하고 있다

 

고국이 고향이 그리워

가족이 보고 싶어

눈물 솟아

잠들 수 없어 통곡하고 있다.

 

“한국의 돌로 온 민족의 이름으로 탑을 세워

명복을 비오니 편히 잠드소서”

라고 조국에서 비문 새겨주었지만

숨겨진 모든 조선 전사자들의 진상과 이름 밝혀져

합동 위령탑 진실 위령탑 될 때까지는

한국인위령탑 313명 넋들은 쓰라리고 아파

결코 자신들만 잠들 수 없어 통곡하고 있다

 

천명 가난한 조선 처녀들 취직시켜준다고 속여

끌고 와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짓밟고도

아직도 숨기고 참회하며 사과하지 않는

일본이 화나서도 통곡하고 있다

   

한국인위령탑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강제 징병되어 오키나와 마부니에 언덕 전투에서 희생된 한국 청년 313명(당시 소문으로는 1만명)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오키나와 한국교포들이 모금하여 땅을 사서 한국정부에 기증하고 한국정부가 1975년에 한국 방방곡곡에서 돌을 가져다 세운 것이다.

 

 <한국시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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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빈손은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차옥혜

 

 

개미허리톱다리노린재 떼가

내 서리태 밭을 점령했다

 

씨 뿌려 모종을 내고

북돋우고 김매며

한여름 불붙은 몸 땀띠 솟아가며

새벽부터 해거름까지

가꾸고 가꾼 밭

무성하게 솟은 순 쳐주고

다시 콩잎 솟구쳐

콩 줄기 갈라진 자리마다

수 만 보랏빛 작은 꽃 눈 떠

보석처럼 빛날 때

내 눈에도 수 만 서리태 꽃 피어

반짝였는데

꽃 진 자리 주렁주렁

어린 콩깍지 매달릴 때

내 가슴에도 콩깍지 무더기로 매달려

무지무지 설레었는데

개미허리톱다리노린재 떼가

콩깍지 속 콩즙을 다 빨아먹어버려

서리 내려도 빈 콩깍지와 마른 콩잎만

서걱거린다

 

추수의 계절 살이 닳도록 일하고도

빈들에 선 빈손은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PEN문학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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