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를 맞아
차옥혜
육십년 만에 찾아온
쇠도 녹인다는 붉은 닭의 해엔
내 나라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2항이
모든 사람에게 새삼스럽지 않은
상식이고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이 법을 잘 지키며
국민을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하는 미쁜
대통령을 보았으면 좋겠다
권력을 절대로 사리사욕에 쓰지 않고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집무실에서 일하다가 바로 사령탑을 작동하여
위험에 처한 백성을 재빠르게 구하는
부지런하고 따뜻하며 정직하고 겸손하며 소박한
대통령을 보았으면 좋겠다
무궁화 나라에
거짓은 사라지고
오직 진실만이 빛났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해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겠다
<문학과행동 2017년 봄ㆍ여름호>
Posted by 차옥혜
촛불 꽃 마음 꽃
차옥혜
어둠이 싫어 어둠이 싫어
빛이 그리워 빛이 그리워
광장에 가득 핀
촛불 꽃 촛불 꽃 촛불 꽃
마음 꽃 마음 꽃 마음 꽃
비를 맞아도
꺼지지 않는 촛불 꽃
눈보라 쳐도
활활 타는 마음 꽃
살라살라 어둠을 살라
태워태워 어둠을 태워
빛을 부르는
천만 촛불 꽃 억만 촛불 꽃
천만 마음 꽃 억만 마음 꽃
어둠을 넘어
어둠 너머 빛을 몰아오는
어둠을 넘어
어둠 너머에 빛의 나라 세우는
광장에 만발한
촛불 꽃 마음 꽃
<동국시집 2017.5.19>
Posted by 차옥혜
칡의 이성과 본성
차옥혜
칡은 가을이 되어서야 정신이 든다
도토리나무를 칭칭 감아 올라 말려죽이고
산등성이 풀들과 작은 나무들을
덩굴로 덮어버려 질식시킨
여름날의 제 탐욕을 둘러보며
부끄러워 잎이 노래진다
토도리를 줍지 못한 다람쥐가 죽어간다
미안해서 뒤늦게 잎을 다 털어내자
드러난 거미줄 같이 얽힌 제 욕망의 줄기들이
사방 밥이란 밥은 다 긁어댄 거대한 갈고리다
눈꽃이 핀 칡의 마른 줄기를
하늘이 차가운 눈으로 노려본다
잘못했습니다
이제 제 이파리 보다 작은 땅에서도
주변 나무들과 함께 햇빛을 나누고
바람에 흔들리며 꽃을 피우는
작은 풀이 되겠습니다
다시 봄이 왔다
여기 저기 새싹이 돋는다
혹독한 반성의 계절을 보낸 칡도
새순이 돋고 촉수가 근질거린다
나는 물렁뼈 식물이라
어쩔 수 없이 뼈 있는 나무들을
기대고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야
겨우내 잘라낸 본성이 다시 살아난다
어느덧 칡의 덩굴이 나무 위로 뻗는다
다른 풀과 나무를 살피며 부드럽게 가라
칡은 제 덩굴을 잡아당기며 타이른다
덩굴은 칡의 말을 무시하고
땅속 깊이 박힌 뿌리를 흔들어대며
물 더 열심히 퍼 올려
소리치며 사방으로 돌진한다
<월간문학 2017년 2월호>
Posted by 차옥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