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꽃 마음 꽃

시 -3 2017. 3. 8. 11:21

   

촛불 꽃 마음 꽃

                                         차옥혜

 

어둠이 싫어 어둠이 싫어

빛이 그리워 빛이 그리워

광장에 가득 핀

촛불 꽃 촛불 꽃 촛불 꽃

마음 꽃 마음 꽃 마음 꽃

비를 맞아도

꺼지지 않는 촛불 꽃

눈보라 쳐도

활활 타는 마음 꽃

살라살라 어둠을 살라

태워태워 어둠을 태워

빛을 부르는

천만 촛불 꽃 억만 촛불 꽃

천만 마음 꽃 억만 마음 꽃

어둠을 넘어

어둠 너머 빛을 몰아오는

어둠을 넘어

어둠 너머에 빛의 나라 세우는

광장에 만발한

촛불 꽃 마음 꽃

 

<동국시집  2017.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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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의 이성과 본성

시 -3 2017. 1. 23. 15:37

 

칡의 이성과 본성

                                                 차옥혜

 

 

칡은 가을이 되어서야 정신이 든다

도토리나무를 칭칭 감아 올라 말려죽이고

산등성이 풀들과 작은 나무들을

덩굴로 덮어버려 질식시킨

여름날의 제 탐욕을 둘러보며

부끄러워 잎이 노래진다

토도리를 줍지 못한 다람쥐가 죽어간다

미안해서 뒤늦게 잎을 다 털어내자

드러난 거미줄 같이 얽힌 제 욕망의 줄기들이

사방 밥이란 밥은 다 긁어댄 거대한 갈고리다

 

눈꽃이 핀 칡의 마른 줄기를

하늘이 차가운 눈으로 노려본다

잘못했습니다

이제 제 이파리 보다 작은 땅에서도

주변 나무들과 함께 햇빛을 나누고

바람에 흔들리며 꽃을 피우는

작은 풀이 되겠습니다

 

다시 봄이 왔다

여기 저기 새싹이 돋는다

혹독한 반성의 계절을 보낸 칡도

새순이 돋고 촉수가 근질거린다

나는 물렁뼈 식물이라

어쩔 수 없이 뼈 있는 나무들을

기대고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야

겨우내 잘라낸 본성이 다시 살아난다

어느덧 칡의 덩굴이 나무 위로 뻗는다

다른 풀과 나무를 살피며 부드럽게 가라

칡은 제 덩굴을 잡아당기며 타이른다

덩굴은 칡의 말을 무시하고

땅속 깊이 박힌 뿌리를 흔들어대며

물 더 열심히 퍼 올려

소리치며 사방으로 돌진한다

 

 

<월간문학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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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풀꽃에

시 -3 2017. 1. 8. 21:35

 

이름 모를 풀꽃에

                                             차옥혜

 

 

이제 거기 살아라

 

뽑아내고 뽑아내도

다시 돌아와

진분홍 꽃 흔들며

웃고 있는

아니 울고 있는

애원하고 있는

아니 권리를 주장하는

이름 모를 풀꽃아

이제 마음 놓고

멋대로 살아라

끈질김 꽃이라고 이름 붙여 줄까

이제 너도 내 뜰의 가족이다

어디서고 살 자유 없는 목숨

어디 있으랴

너희 세상에선 어느 땅인들

주인이 있으랴

 

그동안 미안하다

거름도 한 사발 듬뿍 부어줄게

 

 <인간과 문학  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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