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부르는 소리

                                                  차옥혜

 

희망은 어서 자기를 찾아오라고

수시로 내 마음에 발신지가 없는

전문을 보내지만

나는 이제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지치고 발가락이 아프며

신발도 닳아 터졌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새벽부터 밤늦도록

찾아 헤매었나

신기루일까 별일까

이제 희망을 버리고

호박이나 바람개비로 살자 하는데

나를 포기하지 않고

어서 오라고 끈질기게 재촉한다

몇 걸음 떼어보다 헐떡이며 주저앉아

“제발 나를 그만 내버려 둬”

소리친다 그래도 한사코 끝까지

저를 찾는 것이

참 삶이라고

나를 부추긴다

문 닫고 눈 감고 귀 막아도

끝없이 늙고 힘없는 나를 괴롭히는

희망이 부르는 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것일까

 

<문학과 창작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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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모두에게 꽃이 아니구나

                                                       차옥혜

 

벚꽃들이 내민 수만 손을 잡고

벚꽃들의 눈빛에 끌려

벚꽃 세상을 떠돌며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아

해마다 벚꽃과 바람나고 싶어

내가 노래하고 있는 순간

친구여

벚꽃 아래에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은 친구여

만발한 벚꽃이 네겐 고통스런

눈물이었느냐 종기였느냐

등을 짓누르는 멍에가

벚꽃 파도로도 떠밀려가지 않더냐

곧 꽃비로 사라질 벚꽃의 허무를

차마 볼 수 없었느냐

정말은 벚꽃의 손을 잡고 싶었는데

누가 무엇이 너를 가로막았느냐

벚꽃이 눈부신 이 봄날에

벚꽃을 등지고

어디를 가고 있느냐

친구여

       

<문학예술  2016년 여름호>

<2017년 오늘의 좋은시(푸른사상) 2017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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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닭의 해를 맞아

                                                차옥혜

 

 

육십년 만에 찾아온

쇠도 녹인다는 붉은 닭의 해엔

내 나라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2항이

모든 사람에게 새삼스럽지 않은

상식이고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이 법을 잘 지키며

국민을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하는 미쁜

대통령을 보았으면 좋겠다

권력을 절대로 사리사욕에 쓰지 않고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집무실에서 일하다가 바로 사령탑을 작동하여

위험에 처한 백성을 재빠르게 구하는

부지런하고 따뜻하며 정직하고 겸손하며 소박한

대통령을 보았으면 좋겠다

 

무궁화 나라에

거짓은 사라지고

오직 진실만이 빛났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해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겠다

 

<문학과행동  2017년 봄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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