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에서 한반도 통일을 그리다

                                                                   차옥혜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옛 동독시절

인권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목사님과 교인들이

월요일마다 촛불예배를 보았다는

니콜라이 교회와 토마스 교회 광장을 서성인다

 

이 평화 비폭력 촛불 집회는

마침내 1989년 10월 9일 월요일

독재에 맞서 죽음을 무릅쓰고 시내로 행진하고

시민들과 경찰들마저 합류하여 이룬

칠만 여명의 촛불홍수는 동독 전역으로 넘쳐

독일 최초 혁명 동독 혁명 개신교 혁명을 일으켜

한 달 만에 베르린 동서독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 이듬해 서독의 동방정책과 함께

통일 독일을 앞당겨 이루었다

 

그날 뜨거웠던 촛불 집회 발자국을 따라

라이프치히 시내를 헤매며

내 조국 통일을 그리다

 

 <경희문학  28집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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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목소리

시 -3 2016. 12. 31. 15:15

 

아버지 목소리

                                          차옥혜

 

가난한 가장 노릇 얼마나 아팠을까

찢어진 조국을 붙이려던 손 얼마나 힘겨웠을까

끝끝내 걷던 사랑과 진리의 길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버지 떠나고 나 어두워서야

아버지 십자가를 어루만진다

아버지 용기와 열정을 우러른다

아버지 목소리를 듣는다

 

증오, 분열, 싸움, 고통, 기아, 재해, 야만 있는 곳에

목련, 모란, 백합, 장미, 수국, 상사화, 국화, 동백……

꽃을 피워라

느티, 소, 향, 호두, 사과, 감, 대추, 잣, 은행, 귤 ……

나무를 심어라

유채, 민들레, 벼, 고추, 부추, 고구마, 콩, 생강, 배추……

초원을 펼쳐라

내 마음에 울리는 아버지 목소리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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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내시며 길을 가시는 아버지

                                                              차옥혜

 

 

자주 홍수가 나던 황야

길 없는 벌판에 길을 내시며

헤매는 이들의 손목을 잡고

길을 가시는 아버지

 

삶의 굽이굽이 가시밭 길목마다

아버지의 상처에서 피어난 꽃들이

내 넋을 깨우고

나를 향기롭게 하고

내 마음을 열어

뒤 뜰 풀 한 포기의 한숨소리를

바위 틈 다람쥐의 흐느낌을

듣게 하며

발아래 있는 하늘도 보게 하여

내가 삶을 노래하는 시인이게 합니다.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

마른 나무들의 뿌리를 적시는

아버지의 강물이

가문 내 마음 밭에

완두콩도 열리고

감자 꽃도 들깨 꽃도 피게 합니다.

 

언제나 아침이신 아버지

저녁에도 아침같이

세상을 살라 하십니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갈 줄 모르는

모래바람 속을 헤매는 철부지 탕아지만

아버지께서 언제나 대문에 켜놓으신

초롱불빛 보고

동서남북 방향을 헤아립니다.

 

오늘도 길 없는 황야에 길을 내시며

길을 가시는 아버지

아버지의 길은 내 가슴 벌판에 환하고

끝내는 나도 가야 할 길입니다.

 

백발이 나부껴도

오늘도 정정한 걸음으로

길 없는 벌판에 길을 내시며

길을 가시는 아버지.

 

<시선집 『그 흔들림 속에 가득한 하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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