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가는 길은 왜 그리 먼가

                  -마틴 루서 킹

 

                                                  차옥혜

 

 

2015년 7월 11일 토요일 한낮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국립 역사 지구엔

아직도 자유가 목마른 순례자들로 붐빈다.

 

마틴 루서 킹이

흑인들의 인권운동을 위해

1963년 워싱톤 대행진을 이끌며

그때부터 !00년 전 노예해방 선언문에 서명한

링컨 대통령의 동상 앞에서 절규하던 자유!

그때부터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왜 그들의 가슴에 총을 쏠까?

그들은 왜 그들의 목을 조를까?

그들은 왜 그들의 자유를 짓밟을까?

증오가 왜 사랑을 거침없이 불사를까

누가 남의 자유를 빼앗아

자신의 자유만을 넓힐까

 

마틴 루서 킹은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

자유의 성지에 울려 퍼지는 생전의 그의 웅변은

여전히 지금도 세계인들의 가슴에서

불이 된다. 꽃이 된다. 새가 된다.

그의 무덤 건너편 활활 타오르는 자유의 성화는

미국 전역에서, 세계 도처에서 찾아온

순례자들의 가슴에 불을 댕긴다

 

한 인종이 한 인종의

한 종교가 한 종교의

한 나라가 한 나라의

한 집단이 한 집단의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자유를 짓밟는 한

마틴 루서 킹은 자유를 위한 행진을 멈출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차별을 받지 않을 때까지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자연이 자유로울 때까지

마틴 루서 킹은 잠들 수 없다.

 

자유로 가는 길이 아무리 멀고 멀어도

마침내 온전한 자유의 세상에 이를 때까지

자유가 그리운 사람들의 손을 잡고

마틴 루서 킹은 끊임없이 걷고 또 걸을 것이다.

 

                                                    <경기PEN문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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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나는 사람

시 -3 2016. 1. 31. 10:06

  

한글로 나는 사람

                                            차옥혜

 

 

오십년 전 일기장을 펼치니

잊었던 옛날이 오늘인 듯 환하다

한글로 아로새긴 꿈과 고뇌

한글로 그린 소녀의 초상

 

한글 속에 보이는

세종대왕의 빛

세종대왕의 한겨레 사랑

 

한자 영어 불어 독어에

맴돌아보았으나

나를 투사 못한 나

한글이 없었으면

돼지가 되었을까

 

한글로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되었다

 

<『한글, 문학을 노래하다(국제펜클럽한국본부)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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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살구나무

시 -3 2015. 7. 30. 15:00

 

억울한 살구나무

                                               차옥혜

 

 

살고 싶다 잘 살고 싶었다

가지마다 빈틈없이 화사한 꽃을 매달고

천지사방 벌들을 불러 모으고 싶었다

푸른 하늘에 무성한 잎을 드리워

새들의 노래자랑 무대가 되고

내 그늘에 모여 쉬는 사람들에게

잘 익은 열매를 떨어뜨려주고 싶었다

주인이 나를 자랑하며 기쁘기를 바랐다

 

나는 묘목으로 팔려온 새 뜰에서

꿈을 펼치려고 온 힘을 다하여 몸부림쳤다

그러나 늙은 감나무뿌리는 내 어린뿌리를

가로지르며 한사코 텃세를 부리고

잔디뿌리는 내 발을 칭칭 감고 옥죄었다

나무와 풀들이 몰려와 내 물을 빼앗아 마셨다

허덕이며 듬성듬성 꽃을 피우고 새싹을 내밀면

애벌레들이 잽싸게 갉아먹어버렸다

간신히 몇 개 열린 살구는 바람이 날려버렸다

 

주인은 나를

오래 기다렸으나 가망이 없다고

톱을 들고 다가선다

 

<문학과행동  2015년 여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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