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목숨

시 -3 2016. 2. 5. 19:21

   

슬픈 목숨

                                                 차옥혜

 

 

겨울을 이기고

막 솟은 쑥을 캐어

국을 끓여 먹고

막 돋은 원추리 잎을 뜯어

삶아 초고추장에 묻혀 먹으니

내 몸은

봄물 들었다 봄빛 환하다

 

목숨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 못한다고

어린 새 싹을

서슴없이 먹고 또 먹으면서

살생한 일 없다고

순하고 착하게 산다고

착각하며 사는구나

 

방어하지 못하고

저항할 줄 모르는

여린 풀과 열매를

거리낌 없이 잘도 먹는

목숨아

 

슬픈 목숨아

 

<시집 『날마다 돌아가고 있는 고향은』 2012

<2013년 성남문학인작품선집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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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 가는 길은 왜 그리 먼가

                  -마틴 루서 킹

 

                                                  차옥혜

 

 

2015년 7월 11일 토요일 한낮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국립 역사 지구엔

아직도 자유가 목마른 순례자들로 붐빈다.

 

마틴 루서 킹이

흑인들의 인권운동을 위해

1963년 워싱톤 대행진을 이끌며

그때부터 !00년 전 노예해방 선언문에 서명한

링컨 대통령의 동상 앞에서 절규하던 자유!

그때부터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왜 그들의 가슴에 총을 쏠까?

그들은 왜 그들의 목을 조를까?

그들은 왜 그들의 자유를 짓밟을까?

증오가 왜 사랑을 거침없이 불사를까

누가 남의 자유를 빼앗아

자신의 자유만을 넓힐까

 

마틴 루서 킹은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

자유의 성지에 울려 퍼지는 생전의 그의 웅변은

여전히 지금도 세계인들의 가슴에서

불이 된다. 꽃이 된다. 새가 된다.

그의 무덤 건너편 활활 타오르는 자유의 성화는

미국 전역에서, 세계 도처에서 찾아온

순례자들의 가슴에 불을 댕긴다

 

한 인종이 한 인종의

한 종교가 한 종교의

한 나라가 한 나라의

한 집단이 한 집단의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자유를 짓밟는 한

마틴 루서 킹은 자유를 위한 행진을 멈출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차별을 받지 않을 때까지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자연이 자유로울 때까지

마틴 루서 킹은 잠들 수 없다.

 

자유로 가는 길이 아무리 멀고 멀어도

마침내 온전한 자유의 세상에 이를 때까지

자유가 그리운 사람들의 손을 잡고

마틴 루서 킹은 끊임없이 걷고 또 걸을 것이다.

 

                                                    <경기PEN문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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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나는 사람

시 -3 2016. 1. 31. 10:06

  

한글로 나는 사람

                                            차옥혜

 

 

오십년 전 일기장을 펼치니

잊었던 옛날이 오늘인 듯 환하다

한글로 아로새긴 꿈과 고뇌

한글로 그린 소녀의 초상

 

한글 속에 보이는

세종대왕의 빛

세종대왕의 한겨레 사랑

 

한자 영어 불어 독어에

맴돌아보았으나

나를 투사 못한 나

한글이 없었으면

돼지가 되었을까

 

한글로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되었다

 

<『한글, 문학을 노래하다(국제펜클럽한국본부)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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