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의 그리움
차옥혜
새싹 내밀며 기다렸다
꽃피우며 꽃잎 흩날리며 기다렸다
잎새 반짝이며 기다렸다
열매 맺어 붉도록 기다렸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그리움은 오지 않아
단풍잎 바람 길로 그리움 찾아 떠돌다
가랑잎 땅 길로 그리움 찾아 헤매다
바스라지고 으깨졌다
홍시 눈물 뚝뚝 떨어졌다
잊자 잊자 마음 다잡아도 끝내 못 잊어
빈 가지 가득 눈꽃 피워놓고 기다린다
<문학과창작 2015년 여름호>
감나무의 그리움
차옥혜
새싹 내밀며 기다렸다
꽃피우며 꽃잎 흩날리며 기다렸다
잎새 반짝이며 기다렸다
열매 맺어 붉도록 기다렸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그리움은 오지 않아
단풍잎 바람 길로 그리움 찾아 떠돌다
가랑잎 땅 길로 그리움 찾아 헤매다
바스라지고 으깨졌다
홍시 눈물 뚝뚝 떨어졌다
잊자 잊자 마음 다잡아도 끝내 못 잊어
빈 가지 가득 눈꽃 피워놓고 기다린다
<문학과창작 2015년 여름호>
숲 거울
차옥혜
숲에 들면
내가 보인다
앞만 보이지 않고 뒤도 보인다
현실만 보이지 않고 과거도 미래도 보인다
현상만 보이지 않고 숨은 것도 보인다
죽은 목숨들의 영혼도 보인다
바위, 흙, 하늘, 구름, 바람, 계곡 물의
마음도 보인다
세상을 등지려고 숲 거울에 든 그 사람은
자신을 에워싼 수백 송이 달맞이꽃이
밤새워 꽃문을 여는 것을 보고
세상으로 돌아갔다
어떤 사람은 숲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앞은 약한 짐승을 쫒는 맹수 이고
뒤는 벼락 맞은 나무인 것을 보고
아예 숲 거울에 자리를 펴고 도인이 되었다
나는 숲 거울에서 지금 무엇을 보는가
앞은 더덕이고 뒤는 나비인 나
뿌리와 날개가 대지와 하늘이 맞서
안개가 낀다
<PEN문학 2015년 5,6월호>
북
차옥혜
머리채는 하늘에 잡히고
발목은 땅에 묶여
빛과 어둠의 채찍을 번갈아 맞으며
둥둥둥 울고 있는 북아
뿌리쳐라
하늘과 땅을 뿌리쳐
네 뜻대로 굴러
네 울음 울어라
<1991년 한국문학작품선(문예진흥원)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