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옛살비

시 -4 2018. 1. 31. 16:39

 

어머니는 옛살비

                                           차옥혜

 

 

 어머니가 숨 거두기 전 들려준 말은

“어머니가 자꾸 보인다 ”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운명하면서 마지막 한 말은

“엄마”

 

내가 폐렴 걸려

죽음의 언저리를 떠돌 때

끓는 손을 들어 애타게

허공을 휘저으며 잡으려던 것은

이미 세상에는 없는

어머니의 손

 

어머니는

언제나 그립고 사무치는 옛살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위험할 때

작아지고 가벼워져 바스라지려 할 때

저절로 튀어나오는 소리

마음의 근원 옛살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옛살비 옛살비 옛살비

부르면 눈물이 나고 목이 메는

부르면 따뜻해지고 힘이 솟는

어머니는 옛살비

옛살비는 어머니

 

 <한국시학  2017년 봄호>   <2018 오늘의 좋은 시,  푸른사상, 2018 재수록>

*  옛살비: ‘고향’의 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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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숲

시 -3 2017. 7. 7. 16:38

산숲

                                         차옥혜 

 

 

산숲은

세상의 허파

사람과 동물들이 더럽힌 공기를

맑게 청소하여 되돌려 주는

공기청정기

 

산숲은

성자

장대비를 머금어 홍수를 막아주고

가뭄에 저장한 물을 흘려보내

목마른 마을과 들을 적셔주는

사랑 나눔이

 

산숲은

어머니

찾아온 생명이면

누구든 무엇이든 품어주는

안식처

 

  <산림문학,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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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원앙의 노래

시 -3 2017. 7. 7. 11:24

 

숫원앙의 노래

                                                               차옥혜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내 깃털을 더 아름답고 더 부드럽게

다듬고 또 다듬는다

너를 향해 뜨겁게 파도치는

내 마음의 오색 빛깔을

내 깃털에 채색한다

나를 봐다오

오롯이 너를 향하여

연꽃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 위에 떠있는

나를 봐다오

내게로 와

내 몸에 울긋불긋 깃털로 쓴

평생을 읽어도 다 못 읽을

너를 향한 연서를 읽어다오 

 

  <한국현대시 2017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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