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텃밭

시 -4 2019. 9. 11. 13:56

 

가을 텃밭

                                                       차옥혜 

 

가뭄, 장마, 폭풍 이기고

검은깨 추수를 마치자

벌어지기 시작하는 호두

백 년생 늙은 감나무에

꽃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감

뚝뚝 떨어져 수북이 쌓이는 은행 알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는 고구마

무청을 흔들며 솟아오르는 김장 무

여무는 들깨, 살찐 당근

반짝이는 대추, 방울토마토

케일, 서리태, , 쪽파, 고추

종일 종종거리다

문득 바라본 가을 텃밭은

아 보석이네

봄여름 숨찬 노동을 뛰어넘어

나고 자라고 열매 맺어

설레고 벅찬 추수의 기쁨 출렁이는

가을 텃밭은

축복이네 행복이네

 

<인간과 문학  2017년 겨울호>  <푸른 사상 2019 여름호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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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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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세력만 못한가
               -만해 한용운의 말씀

                                                        맹문재


가림 있는 눈에서 가림 없는 눈으로
관성의 구속에서 사상의 자유로
무서운 미신에서 무거운 인연으로
부표 같은 비방에서 증언 같은 지조로
알 수 없는 이별에서 사랑의 끝판으로

비린내 나는 바람의 세례를 받으며
울퉁불퉁한 거울을 깨고
눈물로 씻은 칼의 목적으로

하늘을 뚫고 왔네

벌판을 믿는 어린양의 얼굴로
절벽 같은 사막의 나침판으로
군말 없는 유리창으로

바위를 파고드는 이끼의 기운으로
닭 울음 같은 동맥의 울음으로
파괴의 자식 유신으로

목마른 나무처럼 왔네

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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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시 -4 2018. 12. 20. 15:52

마늘

                                                      차옥혜

 

모두가 떠난 겨울 밭을

지키고 있는 님이여

눈이 쌓이고

찬바람 몰아치며

꽁꽁 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싹터

당당하게 겨울을 건너는 님이여

당신이 경이롭고 눈물납니다

나도 당신처럼

내게 닥친 두렵고 떨리는

겨울을 이기고

다시 봄날에 푸르른 잎을 흔들며

맵고 알찬 육 쪽 새끼들을 다시

거느리고 싶습니다

자랑하고 싶습니다

노래하고 싶습니다

아 아 해마다 봄날에게 당신에게

입 맞추고 싶습니다

님이여

 

                                           <산림문학  201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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