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슬프다
차옥혜
아침 숲을 헤매다 보니
막 싹이 난 어린 소나무가 울고 있다
다람쥐에 챘을까
도토리에 맞았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슬퍼 울듯이
자신의 존재가 슬퍼서 울고 있다
이 어린것도 벌써 존재의 슬픔을
본능으로 알고 있다
숲을 휘둘러보니
늙은 소나무도 전나무도 느티나무도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잘 생긴 바위조차 울고 있다
존재들은 울어 눈물에 무지개를 피우는가
울어 나무들은 자라고 숲은 아름다워지는가
울음이 키우는 생애
울음이 밀고 가는 세상
<경희문학 16집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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