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손

시 -2 2006. 5. 5. 16:27

 

죄인의 손

                                                           차옥혜

 

 

가야해 가야해

네 아버지 묻힌 고향으로 가야해

어머니는 말씀하시지만

안돼요 못 가요

더 강하게

꽉 잡아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쓸쓸한 손을 알면서도

가셨다 싫으면 언제고 다시 오세요

말하며 늙은 어머니의 이사 짐을 싼다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나의 손길 나의 눈길이라는 것 알면서도

남쪽은 따뜻하고 공기가 좋아서 건강에 좋을 거예요

말하며 떨리는 손으로 울컥거리는 가슴으로

늙은 어머니의 이사 짐을 싼다

늙은 어머니 홀로 고향에 가시면

동백꽃이 되거나 소쩍새가 될 것 알면서도

늙은 어머니의 이사 짐을 싼다

 

달빛이 수갑 채우는

죄인의 손

 

<시문학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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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뭍으로 가고 싶다

                                                            차옥혜

 

섬은 야윈다

제 살점을 떼어 파도를 풀며

제 뼈를 떼어 갈매기를 날리며

섬은 한사코 뭍으로 가고 싶다.

 

흑산도 그 할아버지는

아들 다섯 모두 뭍으로 보냈다.

물고기 잡고 미역 따고 김 말려

섬에서 번 돈

늙은 마누라와 쓸 생활비만 남기고

모두 뭍으로 보낸다.

 

섬은

실은 뭍도 수 만 섬들이 모여

어깨 부딪치며 악다구니하는 곳인 것 알면서도

모든 존재는 종내는 빈배로 떠돌다

섬이 되는 것 알면서도

뭍으로 가

어깨 한 번 부딪쳐보고 싶은 거다.

말 한 번 건네 보고 싶은 거다.

천년 외톨이로 쓸쓸한 섬은

만년 벙어리로 서러운 섬은

 

<문예운동  200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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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버리랴

시 -2 2006. 5. 5. 16:24

  

마음을 버리랴

                                                       차옥혜

 

너를 보니

기쁘다 즐겁다

다시 너를 보니

아프다 슬프다

눈을 감았다 다시 너를 보니

너는 환하다 빛이다

자고 나서 다시 너를 보니

너는 없다 어둠이다

귀를 기울이니

너는

침묵이다

번개소리다

속삭임이다

 

눈을 버리랴 귀를 버리랴

아니 마음을 버리랴

 

너는 너인데

내 마음 따라

너는

바위이다가 풀잎이다가

도깨비이다가 사람이다가

꽃이다가 짐승이다가

별이다가 허공이다가

 

마음에 재를 뿌려라

눈뜨고 눈먼

귀 열고 귀 먹은

가엾은 사람아

 

<강남문학 7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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