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시 -1 2006. 5. 20. 13:33

 

 

달맞이꽃

                                                  차옥혜

 

 

어둠이 깊어서야 너는 꽃이 되었구나

 

캄캄하기 전에는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으랴

바벨탑들이 무너지고

빛나던 것들이 암 덩이를 드러낸다

믿었던 오아시스는 신기루고

사랑은 소금기둥이 되었다

 

절망이 아픔이 슬픔이 익어 핀

꽃이여

질펀한 어둠을

네 빛으로 다 태울 수 있겠느냐

네 가슴으로 다 녹일 수 있겠느냐

캄캄한 세상을 밤새도록 울고 나면

새벽을 물고 오는 파랑새를 보랴

대낮은 꿈처럼 왔다 가고 또 다시

고통스러워도 눈에 불을 켜고

세상의 창자가 다 드러난 밤을 지키려느냐

 

어둠이 깊어서야 너는 꽃이 되었구나

 

<강남문학  6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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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시 -1 2006. 5. 19. 23:15

  

낙엽

                                             차옥혜

 

괜찮아 겁내지마

당당해

자유는 언제나 쓸쓸하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가슴이 열려

하늘이 꽉 들어차는구나

흙에 뒹굴면 서야

눈이 뜨이는구나

 

<서울문학  2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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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차옥혜

 

해가 저뭅니다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오늘도 종일 기다렸습니다

울며 당신의 이름을 불러도 보고

발이 닳도록 찾아도 보았습니다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았습니까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합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죽으랍니까

당신은 끝끝내 숨어서 침묵하겠습니까

당신은 발자국 뒤에 발자국입니까

그림자 뒤에 그림자입니까

오늘도 당신을 못 보고 몇 사람이 떠났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을 믿어 숨을 쉬고 눈을 뜹니다

당신은 슬픈 삶들이 스스로 뒤집어 쓴 굴레입니까

어둡고 춥고 가난한 마음들이 지피는 모닥불입니까

너무나 먼 곳에 있어 볼 수 없는 별입니까

다시는 기다리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나는 어느덧 등불을 들고

어두워지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문학과창작  200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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