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개구리
차옥혜
불붙은 목으로
사무쳐 부르는 이름
부르는 이름에
신이 들려서
밤새도록
너는 부른다.
네 목숨 위에 있는
깊고 먼
그 이름을
<시집『깊고 먼 그 이름』 1986>
서시
-개구리
차옥혜
불붙은 목으로
사무쳐 부르는 이름
부르는 이름에
신이 들려서
밤새도록
너는 부른다.
네 목숨 위에 있는
깊고 먼
그 이름을
<시집『깊고 먼 그 이름』 1986>
에디아카란에게로 가는 길
차옥혜
땅에 생명체가 없었던 6억 년 전
바다에는
머리도 꼬리도 입도 내장도 없는
아무것도 잡아먹지 않고도
햇빛과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영양분만으로
5000만년이나 평화롭게 산
에디아카란이라는 광합성동물이 있었다.
에디아카란은
맑은 바다에서 오직 가슴으로 온 몸으로
꿈꾸고 사랑만 하며
살았다!
뛰고 싸우고 땀흘리지 않고도
깨물거나 씹거나 물어뜯거나 삼키지 않고도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않고도
살았다!
평생동안 제 몸뚱이 외엔
쓰레기 한 줌 만들어내지 않고
오직 산소를 내뿜어
땅 위에 생명의 도래를 예비했다.
나를 불질러
한 그루 나무에 스며들까
나를 후벼
내 안에 나무를 심을까
에디아카란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다.
<성남문학 33집 2009>
그녀의 가난에 세계는 빚지고
차옥혜
파라과이 밀림 인디오 마을
아기를 허리에 낀 여인이
나무토막을 칼로 깎아 앵무새를 조각한다.
조각한 앵무새는 물감이 없어
불에 데운 쇠꼬챙이로 듬성듬성 검은 빛깔을 채색한다.
작은 것은 1 달러 큰 것은 5 달러
몇 개를 팔아야
수도를 놓고 싱크대와 화장실을 만들 수 있을까?
텔레비전 한 대를 살 수 있을까?
세상의 화폐로는
검고 흰 이 단순한 나무 앵무새가 형편없지만
지구의 화폐로는
자동차나 비행기 보다 더 비싸리니
그녀의 공해 없는 노동으로
지구는 더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를 가지니
두어 평짜리 움막 흙바닥에서 맨발로 사는
그녀의 가난에
세계는 빚지고 있다.
<해외문학 10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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