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개구리

시 -1 2006. 6. 29. 16:17

 

서시 
                -개구리 

                                                                      차옥혜

 

불붙은 목으로

사무쳐 부르는 이름

부르는 이름에

신이 들려서

밤새도록

너는 부른다.

네 목숨 위에 있는

깊고 먼

그 이름을

 

<시집『깊고 먼 그 이름』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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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아카란에게로 가는 길

                                                              차옥혜

 

 

땅에 생명체가 없었던 6억 년 전

바다에는

머리도 꼬리도 입도 내장도 없는

아무것도 잡아먹지 않고도

햇빛과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영양분만으로

5000만년이나 평화롭게 산

에디아카란이라는 광합성동물이 있었다.

 

에디아카란은

맑은 바다에서 오직 가슴으로 온 몸으로

꿈꾸고 사랑만 하며

살았다!

뛰고 싸우고 땀흘리지 않고도

깨물거나 씹거나 물어뜯거나 삼키지 않고도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않고도

살았다!

평생동안 제 몸뚱이 외엔

쓰레기 한 줌 만들어내지 않고

오직 산소를 내뿜어

땅 위에 생명의 도래를 예비했다.

 

나를 불질러

한 그루 나무에 스며들까

나를 후벼

내 안에 나무를 심을까

에디아카란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다.

 

<성남문학  33집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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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가난에 세계는 빚지고

                                                                   차옥혜

 

파라과이 밀림 인디오 마을

아기를 허리에 낀 여인이

나무토막을 칼로 깎아 앵무새를 조각한다.

조각한 앵무새는 물감이 없어

불에 데운 쇠꼬챙이로 듬성듬성 검은 빛깔을 채색한다.

작은 것은 1 달러 큰 것은 5 달러

몇 개를 팔아야

수도를 놓고 싱크대와 화장실을 만들 수 있을까?

텔레비전 한 대를 살 수 있을까?

세상의 화폐로는

검고 흰 이 단순한 나무 앵무새가 형편없지만

지구의 화폐로는

자동차나 비행기 보다 더 비싸리니

그녀의 공해 없는 노동으로

지구는 더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를 가지니

두어 평짜리 움막 흙바닥에서 맨발로 사는

그녀의 가난에

세계는 빚지고 있다.

 

<해외문학  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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