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나를 낚다

                                                                                                 차옥혜

 

    지구의 자궁 브라질 마나우스 아마존 강에서 평생 처음 던져본 낚시에 사람이 빠지면 금시 뼈만 남긴다는 식인 물고기 삐라냐를 오 분만에 두 마리나 잡고 탄성을 지르는데 아마존이 갑자기 나를 낚는다.

    나는 아마존의 낚싯줄에 끌려, 흙색 강과 붉은 강이 만나 나란히 흘러가며 이루는 신기한 삼색 강을 거슬러가다가, 아마존 강이 출산한 광활한 밀림과 생전 처음 보는 숲평선에 넋을 잃다가, 아마존 강의 엄청난 생식능력에 놀라다가, 통나무배를 타고 밀림에서 밀림으로 재빠르게 이동하는 인디오 소녀들을 따라가다가, 고요한 검은 수로를 따라 울창한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

    검은 거울 같은 수로엔 거꾸로 박힌 숲이 투명하고 고요하다. 빽빽한 크고 작고 늙고 젊고 어린 기이한 나무들이 나를 품어주고, 새들이 나래 치며 나를 반기고, 짐승들이 키를 낮추며 나를 환영한다. 정결한 밀림의 영혼이 상쾌하게 내게 스민다.

    나는 다시 바다처럼 드넓은 아마존 강의 가슴팍으로 끌려나온다. 어디선가 아마존 지킴이들의 북소리가 울린다. 어느덧 거대한 강과 밀림과 하늘인 아마존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노을로 물든다.

    나는 지구의 어머니 아마존이 나를 낚아챈 것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인 것을 비로소 알았다. 아마존의 낚시에 나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평안하다. 나는, 끝없이 길어 나를 마음껏 자유롭게 하는 사랑의 끈 아마존의 낚싯줄을 끌고 아마존 강을 지구의 강을 헤엄치며, 아마존과 한 몸이 되어 저녁노을에 반짝이기 시작하며, 노래를 부른다.

    지구의 하늘이 하나이듯 세계의 숲들도 하나라네. 숲과 강과 하늘은 사랑이라네. 아마존은 사랑이라네. 아마존은 사람과 지구의 길이고 생명이고 꿈이라네.

 

<해외문학  10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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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시인

                                                      차옥혜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야

어머니가 시인인 것을 알았네.

문자로 남긴 시는 한 줄도 없지만

벌판에 산에 강에 바다에

길에 집에 마을에 도시에

내 마음 멎는 곳마다

어머니가 몸으로 쓴 시 박혀있네.

나만 볼 수 있는 시

내가 번역해야만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어머니의 시를 읽네.

 

향기롭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시

눈물 나고 가슴 아픈 어머니의 시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어머니의 시

읽어도 읽어도 더 읽고 싶은 시

읽다 보면 가슴에 고이는 사랑

읽다 보면 눈에 맺히는 눈물

읽다 보면 온 몸에 퍼지는 평화

 

나는 글씨로 시를 쓰느라

사랑을 잃고 삶을 허물었는데

어머니는 몸으로 시를 쓰며

사랑을 이루고 삶을 세우셨네.

 

시인인 나를 부끄럽게 하는 어머니의 시

내 생애 가장 감동스런 어머니의 시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 어머니의 시

천지 사방에 박혀 있는 어머니의 시

 

우리 어머니는

세상에 몸으로 시를 쓴 시인이네

 

<시문학  200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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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죄인

시 -2 2006. 5. 23. 09:16

 

슬픈 죄인

                                                            차옥혜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잠자다가 거울을 보다가

어머니 잘 못했습니다

아픈 가슴으로 말하네.

 

꽃을 보다가 새소리를 듣다가

빨래를 개다가 별을 보다가

어머니 미안해요

시린 뼈로 말하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환한 어머니

어머니 용서해주세요

젖은 넋으로 사무친 그리움으로 말하네.

 

어머니를 쓸쓸하게 외롭게 한

내 죄가 얼마나 큰가를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았네.

 

어머니는 이럴 나를 미리 아시고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는 것이니

내가 떠나도 마음 상하지 마라

너 같은 딸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고맙다.

말씀하시며 죽음 이후에도

불효한 나를 껴안고 힘주려하셨네.

그래서 나는 더욱 슬픈 죄인이네.

 

<문학과창작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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