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시 -1 2006. 5. 5. 16:09

 

  안개

                                           차옥혜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잃는다.

삭정이가 되는 나무

돌이 되는 짐승

손 발을 잃고

귀와 입까지 잃은

나는

나룻배 한 척 없고

풀도 새도 없는

 

<시집 『깊고 먼 그 이름』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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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시 -1 2006. 5. 5. 16:08

 

 바람

                                                      차옥혜

 

아시나요

바람이 쌓고 있는 산을

바람이 기르는 벌판을

바람이 끌고 가는 강줄기를

아시나요

바람의 가시 박힌 맨살을

바람의 부서진 뼈를

이 모두가 당신과 나에게 미친

사랑 때문임을

아시나요

당신과 나도

그 산과 벌판과 강줄기로 돌아갈

바람인 것을

 

<월간조선  198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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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시 -1 2006. 5. 5. 16:08

 

  사랑

                                             차옥혜

 

물을 물이게 하세요

돌을 돌이게 하세요

날개를 잡지 말아요

떠나게 하세요

헤어짐도 떠남도

먼 만남이지요

바람을 만나며 떠나 보내며

홀로 꽃을 피우는

풀이 되셔요

물을 물이게 하세요

돌을 돌이게 하세요

<심상  198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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