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차옥혜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잃는다.
삭정이가 되는 나무
돌이 되는 짐승
손 발을 잃고
귀와 입까지 잃은
나는
나룻배 한 척 없고
풀도 새도 없는
섬
<시집 『깊고 먼 그 이름』 1986>
안개
차옥혜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잃는다.
삭정이가 되는 나무
돌이 되는 짐승
손 발을 잃고
귀와 입까지 잃은
나는
나룻배 한 척 없고
풀도 새도 없는
섬
<시집 『깊고 먼 그 이름』 1986>
바람
차옥혜
아시나요
바람이 쌓고 있는 산을
바람이 기르는 벌판을
바람이 끌고 가는 강줄기를
아시나요
바람의 가시 박힌 맨살을
바람의 부서진 뼈를
이 모두가 당신과 나에게 미친
사랑 때문임을
아시나요
당신과 나도
그 산과 벌판과 강줄기로 돌아갈
바람인 것을
<월간조선 1986년 7월호>
사랑
차옥혜
물을 물이게 하세요
돌을 돌이게 하세요
날개를 잡지 말아요
떠나게 하세요
헤어짐도 떠남도
먼 만남이지요
바람을 만나며 떠나 보내며
홀로 꽃을 피우는
풀이 되셔요
물을 물이게 하세요
돌을 돌이게 하세요
<심상 1987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