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차옥혜
아시나요
바람이 쌓고 있는 산을
바람이 기르는 벌판을
바람이 끌고 가는 강줄기를
아시나요
바람의 가시 박힌 맨살을
바람의 부서진 뼈를
이 모두가 당신과 나에게 미친
사랑 때문임을
아시나요
당신과 나도
그 산과 벌판과 강줄기로 돌아갈
바람인 것을
<월간조선 1986년 7월호>
바람
차옥혜
아시나요
바람이 쌓고 있는 산을
바람이 기르는 벌판을
바람이 끌고 가는 강줄기를
아시나요
바람의 가시 박힌 맨살을
바람의 부서진 뼈를
이 모두가 당신과 나에게 미친
사랑 때문임을
아시나요
당신과 나도
그 산과 벌판과 강줄기로 돌아갈
바람인 것을
<월간조선 1986년 7월호>
사랑
차옥혜
물을 물이게 하세요
돌을 돌이게 하세요
날개를 잡지 말아요
떠나게 하세요
헤어짐도 떠남도
먼 만남이지요
바람을 만나며 떠나 보내며
홀로 꽃을 피우는
풀이 되셔요
물을 물이게 하세요
돌을 돌이게 하세요
<심상 1987년 9월호>
가족
차옥혜
서기 365년 대지진으로 파괴된 키프로스 쿠리온 시 유적터의 한 주택 내부에서, 엄마와 어린 아이가 마주 꼭 껴안고 아빠가 엄마의 등뒤에서 엄마와 어린 아이를 함께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의 완전한 유골이 발굴되어 그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공포의 순간을 사랑으로 버티고, 1986년 오늘까지 이 세상의 뼈들 중에 가장 행복하게 남아 있는 이 유골들을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본다.
아름다워라
<세계문학 1986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