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향한 노래

                  -산당화

 

                                                      차옥혜

 

구로공단에 취직한 딸이

기계에 손가락이 잘려

영등포 어는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전화를 받고

점례네 엄마는

마당에 쓰러져

어서 가야 하는데 어서 가야 하는데

정신 없이 중얼거리기만 해

용길이네 할아버지가 경운기에 태워

버스길까지 데려다 줬는데

몇 발짝 사이로

한 시간에 한 번 읍내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길섶에 주저앉아

어쩔거나 어쩔거나 신음소리 내며

애꿎은 당신만 두 손으로 탕탕 치다

산당화가 되었습니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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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

시 -1 2006. 5. 5. 14:52

 

  바람 2 

                                       차옥혜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머물면 너는 죽는 것을

떠나는 네 발을 끌어안고 싶다마는

모든 인연에

헤어짐 없는 것이 어디 있느냐

떠나 너는 너이고

머물면

이내 네 모습 사그러지니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저만치 떠나고 있는 네 뒷모습이

쓰라리고

아름답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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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사람 1

시 -1 2006. 5. 5. 14:51

  

 흙사람 1

                                                         차옥혜

 

 

길을 가며

 

민들레와 씀바귀와 노루귀와 앵초와

이야기한다

활활 거리는 나비와 껑충대는 여치와

발발거리는 개미와 파르륵 대는 딱정벌레와

노래한다

물방개와 모래무지와 물옥잠과 물총새와

인사한다

옷깃에 스치고 먼발치서 풀썩이는 것만이

형제랴

발부리 자갈도 깊은 산 속 옹달샘도

정성껏 정갈하게 대접하며

땀흘려 사랑하며

길을 간다

 

<꿈과시  199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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