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흙을 거부하지 않는다

                                                     차옥혜

 

황토흙을 받아

텃밭에 깔아주고

땅을 뒤집어

헌 흙과 새 흙을 뒤섞는다

헌 흙은 텃새도 하지 않고

새 흙을 받아들여

금새 한 몸이 된다

어디 저희끼리만이랴

그래서 하늘을 날던 새들도

땅 위를 헤매던 짐승들도

종내는 흙에게 안기는 것이리라

 

<시대문학  1993년  1월호>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 벗으니 다 보이는구나  (0) 2006.05.05
어둠  (0) 2006.05.05
겨울고목  (0) 2006.05.05
춤 2  (0) 2006.05.05
콩깍지  (0) 2006.05.05
Posted by 차옥혜
,

겨울고목

시 -1 2006. 5. 5. 15:08

  

 겨울고목

                                                  차옥혜

 

겨울고목은 사상을 한다

엄숙하고 깊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겨울고목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고목은 엄청난 사상의 힘으로

하늘을 빨아들이고

나를 삼킨다

그러자 나도 애닯고 장엄한 고목이 되어

사상의 힘으로

언 땅을 뚫고

깊숙이 뿌리를 내리며

대지를 빨아들인다

수맥을 마신다

아 모처럼 배가 부르다

 

<경희문학  11집  1991>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둠  (0) 2006.05.05
흙은 흙을 거부하지 않는다  (0) 2006.05.05
춤 2  (0) 2006.05.05
콩깍지  (0) 2006.05.05
흙을 향한 노래 -당신의 모습  (0) 2006.05.05
Posted by 차옥혜
,

춤 2

시 -1 2006. 5. 5. 15:07

  

 춤 2

                                 차옥혜

 

나비 한 마리

너울너울 춤을 추며

허공을 깨는구나

 

나비 두 마리

활활 춤을 추며

하늘을 여는구나

 

나비 세 마리

훨훨 춤을 추며

해를 뿜어내는구나

 

나비 떼 나비 떼

홀홀 춤을 추며

꽃세상 이루는구나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1993>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흙은 흙을 거부하지 않는다  (0) 2006.05.05
겨울고목  (0) 2006.05.05
콩깍지  (0) 2006.05.05
흙을 향한 노래 -당신의 모습  (0) 2006.05.05
흙을 향한 노래 -산당화  (0) 2006.05.05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