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향한 노래
-당신의 모습
차옥혜
들에서 돌아와
모깃불을 놓고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풋고추, 감자, 오이, 가지, 열무, 밥 ……
당신의 다정한 모습들이여
당신의 사랑에
목이 멥니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흙을 향한 노래
-당신의 모습
차옥혜
들에서 돌아와
모깃불을 놓고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풋고추, 감자, 오이, 가지, 열무, 밥 ……
당신의 다정한 모습들이여
당신의 사랑에
목이 멥니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흙을 향한 노래
-산당화
차옥혜
구로공단에 취직한 딸이
기계에 손가락이 잘려
영등포 어는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전화를 받고
점례네 엄마는
마당에 쓰러져
어서 가야 하는데 어서 가야 하는데
정신 없이 중얼거리기만 해
용길이네 할아버지가 경운기에 태워
버스길까지 데려다 줬는데
몇 발짝 사이로
한 시간에 한 번 읍내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길섶에 주저앉아
어쩔거나 어쩔거나 신음소리 내며
애꿎은 당신만 두 손으로 탕탕 치다
산당화가 되었습니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바람 2
차옥혜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머물면 너는 죽는 것을
떠나는 네 발을 끌어안고 싶다마는
모든 인연에
헤어짐 없는 것이 어디 있느냐
떠나 너는 너이고
머물면
이내 네 모습 사그러지니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저만치 떠나고 있는 네 뒷모습이
쓰라리고
아름답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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