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향한 노래

                  -당신의 모습

 

                                                      차옥혜

 

들에서 돌아와

모깃불을 놓고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풋고추, 감자, 오이, 가지, 열무, 밥

당신의 다정한 모습들이여

당신의 사랑에

목이 멥니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춤 2  (0) 2006.05.05
콩깍지  (0) 2006.05.05
흙을 향한 노래 -산당화  (0) 2006.05.05
바람 2  (0) 2006.05.05
흙사람 1  (0) 2006.05.05
Posted by 차옥혜
,

  

 흙을 향한 노래

                  -산당화

 

                                                      차옥혜

 

구로공단에 취직한 딸이

기계에 손가락이 잘려

영등포 어는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전화를 받고

점례네 엄마는

마당에 쓰러져

어서 가야 하는데 어서 가야 하는데

정신 없이 중얼거리기만 해

용길이네 할아버지가 경운기에 태워

버스길까지 데려다 줬는데

몇 발짝 사이로

한 시간에 한 번 읍내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길섶에 주저앉아

어쩔거나 어쩔거나 신음소리 내며

애꿎은 당신만 두 손으로 탕탕 치다

산당화가 되었습니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콩깍지  (0) 2006.05.05
흙을 향한 노래 -당신의 모습  (0) 2006.05.05
바람 2  (0) 2006.05.05
흙사람 1  (0) 2006.05.05
고목 -편지 1  (0) 2006.05.05
Posted by 차옥혜
,

바람 2

시 -1 2006. 5. 5. 14:52

 

  바람 2 

                                       차옥혜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머물면 너는 죽는 것을

떠나는 네 발을 끌어안고 싶다마는

모든 인연에

헤어짐 없는 것이 어디 있느냐

떠나 너는 너이고

머물면

이내 네 모습 사그러지니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저만치 떠나고 있는 네 뒷모습이

쓰라리고

아름답다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 1993>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흙을 향한 노래 -당신의 모습  (0) 2006.05.05
흙을 향한 노래 -산당화  (0) 2006.05.05
흙사람 1  (0) 2006.05.05
고목 -편지 1  (0) 2006.05.05
갱도를 달리는 열차  (0) 2006.05.01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