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차옥혜
서기 365년 대지진으로 파괴된 키프로스 쿠리온 시 유적터의 한 주택 내부에서, 엄마와 어린 아이가 마주 꼭 껴안고 아빠가 엄마의 등뒤에서 엄마와 어린 아이를 함께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의 완전한 유골이 발굴되어 그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공포의 순간을 사랑으로 버티고, 1986년 오늘까지 이 세상의 뼈들 중에 가장 행복하게 남아 있는 이 유골들을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본다.
아름다워라
<세계문학 1986년 겨울호>
가족
차옥혜
서기 365년 대지진으로 파괴된 키프로스 쿠리온 시 유적터의 한 주택 내부에서, 엄마와 어린 아이가 마주 꼭 껴안고 아빠가 엄마의 등뒤에서 엄마와 어린 아이를 함께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의 완전한 유골이 발굴되어 그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공포의 순간을 사랑으로 버티고, 1986년 오늘까지 이 세상의 뼈들 중에 가장 행복하게 남아 있는 이 유골들을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본다.
아름다워라
<세계문학 1986년 겨울호>
연
차옥혜
끊으라네
나를 묶어 당겼다 늦췄다
허수아비 춤을 추게 하는
병든 줄을 끊으라네
풀어 줄 듯
끝내는 끌어내려
나를 곤두박질치게 하는
죽음의 손들을 끊으라네
칡덩굴로
나를 칭칭 감아
하늘을 가리는
썩은 인연들을 끊으라네
훨훨 새가 되어
해를 껴안으라네
꿈이 생시로 열리는 거기
눈부신 나를 보라네
끊으라네
자갈밭에 뿌리박고
나를 동여맨
고문의 줄을
끊으라네
<세계문학 1986년 겨울호>
비
차옥혜
뿌리내린 황토 산 둔덕
바람 불어불어
평생을 갈대로 울던 그 사람
죽어서도 서산 마루 놀빛 큰 눈으로
고향을 굽어보더니
오늘은 풀씨를 싹틔우고
소나무 향나무 밤나무 키워
빈 산을 채우러
비로 오는 그 사람
나도 비가 되어
세상 하나 이루라 하네
닦아 낸 먼지 안고 수채로 흘러
하수도 썩은 물이 되어도
마침내 바다가 되는
비가 되라 하네
<시집 『비로 오는 그 사람』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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