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되돌아가고 있는 고향은

                                                                 차옥혜

 

별을 기르는

맑은 바람과 청결한 생수를 뿜는

숲이고 벌판인

흙사람들이 사는 곳

봄엔 진달래 되고 여름엔 목백일홍 되고

가을엔 국화 되고 겨울엔 동백 되고

밤엔 등불 되고 낮엔 햇빛 되는

흙사람들 노래하는 곳

어리고 병든 목숨에겐 어미가 되어주고

약하고 힘없는 생명에겐 아비가 되어주는

흙사람들 춤추는 곳

사람과 식물과 동물이 말을 주고받고

사람과 식물과 동물이 서로 아껴주고 존중하고

사람과 식물과 동물이 함께 세상을 가꾸고 이루는

천개의 무지개가 뜬 초록 동네 모여 있는 곳

너무 멀리 떠나왔으나

하루하루 되돌아가고 있는

그립고 그리운 어머니의 품

 

<패랭이 꽃의 안부를 묻다(한국시인협회),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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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의 꿈

시 -3 2012. 12. 8. 21:19

  

겨울 나그네의 꿈

                                                   차옥혜

 

꿈꾸는 사람들의 꿈길을 지나며

국경을 넘으며 국경을 지우며

꿈꾸는 겨울 나그네

지구가 하나의 나라가 되고

세계 나라들이 자치 도시가 되어

지구 굶어 죽는 어린이 없고

지구 어디서나 맑은 물 먹을 수 있고

지구 병든 사람들 무료로 치료받고

어떤 종교든 서로 축복하고

신을 믿거나 안 믿거나 서로 존중하며

지구의 모든 무기 묻어버리고

사랑이 넘치는 지구나라가

평화로운 지구나라가

유기농 식물만 자라는 초록빛 지구나라가

우주의 희망이 되는

겨울 나그네의 꿈

 

<문학공간  201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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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손에 못 박혀 버렸다

 

                                                    차옥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차가 오가는

좁은 시장 길가에 비닐을 깔고

파, 부추, 풋고추, 돌미나리, 상추를 팔던

할머니가

싸온 찬 점심을 무릎에 올려놓고

흙물 풀물 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목숨을 놓을 때까지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손

찬 점심을 감사하는

저승꽃 핀 여윈 손

눈물이 핑 도는 손

꽃 손

무릎 꿇고 절하고 싶은 손

 

나는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좋은생각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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