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시 -1 2011. 2. 13. 00:03

 

눈사람 

                                                차옥혜

 

마음도 없는 것이

손도 발도 없는 것이

녹으면 단지 한 옴큼 구정물인 것이

길을 환하게 한다.

차가운 것이

나를 따뜻하게 한다.

얼마 안 가 개구쟁이들의 발길에 부서지거나

햇볕에 사라질 것이

다정한 친구가 된다.

나는 무엇을 보며 위로 받고 사는가

나는 누구의 눈사람인가

눈부신 하얀 허물을 벗으면

시커먼 산성 물인 것 알면서도

눈사람 없이는

겨울 길을 걸어갈 수 없구나

사람아.....

 

<학산(인천문인회)  199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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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눈부신 사람 

                                                    차옥혜

 

꽃을 보기 위하여

먼 길 걸어가는 이여

오래 아파하는 이여

꽃을 위하여

오래 울고 있는 이여

꽃을 지키기 위하여

긴 세월 시달리는 이여

꽃을 보고 꽃과 함께 하는 시간은

순간이지만 언제나 아쉽지만

때로는 끝내 못 만나기도 하지만

꽃을 위하여

모두를 바치는 당신의 삶은

꽃보다 더욱 아름답다 순결하다.

꽃을 오래 참고 기다리는 당신은

꽃보다 더욱 눈부시다.

 

<동서문학  200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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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

시 -2 2011. 2. 9. 11:42

  

희망봉

                                                            차옥혜

 

 

달리고 달려온 대륙을 바다가 가로막는 곳

파도쳐 파도쳐온 바다를 절벽이 가로막는 곳

거기에 희망봉이 있다

바다는 절벽을 기어올라야 희망봉에 오를 수 있고

땅은 바다에 빠져야 희망봉을 만날 수 있다

두려움과 절망과 죽음을 무릅써야만

만날 수 있는 희망봉

적과 적이 덜컥 껴안아야만

만날 수 있는 희망봉

살아 있는 한

포기할 수 없는 곳

저절로 꿈꾸며 달려가는 곳

그러나 오늘도

바다는 끝없이 밀려와 절벽을 기어오르다

미끄러지고

땅은 끝없이 달려와 바다 앞에서 한숨 쉰다

 

있으나 없는 희망봉

쓸쓸하고 영원한 오로라여

 

<시문학   2007년 5월호>
<문학사상  2007년 6월호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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