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와 기법의 몇가지

  한광구(시인추계에술대교수)

 

차옥혜 시인의 비는 다분히 생명력의 비로 시화 된다. 차시인에게 비는 기다림의 대상이고 그 비는 사막에 뿌리내려 화상을 앓는 풀」 「선인장」「바위손」「고목이 기다리는 대상이다. 이 시에서는 비가 무엇인지 확실치 않으나 비가 옴으로 초원청산을 가꾸고 키운다. 이 때 비는 바로 생명의 비가 된다. 차시인은 이밖에도 <아름다운 물> <어머니> <우물안의 개구리>와 같은 일상적 대상을 무리없이 시화하고 있다.

 

<心象 19896월호 92쪽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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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작품/

신덕룡(평론가)

 

차옥혜의 눈이 오지 않는다(동서문학 2)는 일상성이 단절된 데서 오는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다. 일상성의 단절은 곧 자연스러움의 상실을 의미한다. 시인은 눈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과 중간, 끝 부분에서의 반복을 통해 일상성이 단절된 상황을 독자에게 환기시킨다. 겨울이 겨울답기 위해선 눈이 와야 함을 작중 화자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겨울은 상실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여름내 키운 나뭇잎을/다 빼앗긴/오동나무/마디마디 상처를 어루만질/눈이 오지 않는다/가을 난장바람에 끌려가며/나뭇잎이 남기고 간/통곡소리를 잠재울/눈이 오지 않는다(눈이오지 않는다2)

여기서 빼앗긴/끌려가며’, ‘상처/통곡소리가 주는 어감은 비극적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여름내 무성했던 나뭇잎이 낙엽이 되어 모체에서 떨어져나감은 자연스런 생명현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화자는 자연스런 생명현상을 빼앗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순리를 역리로 받아들이는 화자의 생에 대한 비극적 인식은 삶의 메마름에서 기인하고 있다. 그렇기에 벌거숭이의 뜰에 사랑과 위안을 가져다 줄 눈을 안타깝게 기대하고 있다. 기다림과 안타까움의 소망은 꿈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꿈과 현실 어디에서도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상성의 단절은 그만큼 깊은 좌절과 절망적인 상황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은 눈이 오지 않음으로 야기된 것이지만, 이 시의 내면에는 삶에 대한 비극적 인식이 담겨져 있음을 포착하게 된다. 꿈과 현실어디에서도 메마름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에 대한 비극적 인식이 좌절과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있음은 이 시의 전편에 흐르고 있는 안타까운 소망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비극적 상황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도 비극을 비극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안타까운 몸짓은 풍요로움의 회복을 위한 준비이고, 삶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동서문학 19893337-338쪽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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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 한국시 총평

김광림 (시인)

 

예전에는 시인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언어로 잘 드러내기만 하면 시가 되었지만 오늘의 시는 그것만으로 안 된다. 시인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날카로운 자의식에 의해 분석하고 그 속에서 자기를 확인하지 않으면 고통의 감정을 표현에 옮기려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존재론적 만남이 없이 섣불리 이를 말로 새겨서도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정을 뒷받침이나 하듯이 신인 차옥혜는 그의 시(소설문학)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너를 향하여 불을 지핀다.

불빛보고 내게 오라

기다리다 지쳐 잠들면

너는 나를 부른다.

반가워 깨어나면

이미 떠나고 체취만 남았다.

더 밝은 불을 지피랴

내 몸 구석구석 남김 없이 태우랴

타버린 재를 들치고

내 영혼 안을 구르는

舍利로 와

만남의 기쁨이 비로소

노래로 터지려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시인의 감정은 날카로운 자의식에 의해 분석되고 그 속에서 자기 확인이 되어야 비로소 자기연소를 통한 표현이 가능해지지만 타버린 재속에서 舍利를 들춰내듯 고통을 겪고서 만나는 기쁨이 가 아닐까.

 

<心象 198512월호 42-43쪽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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